제품만으로 평가받던 시대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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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매년 연말 치열한 토론을 거쳐 올해의 비즈니스 케이스 스터디를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긍정적인 케이스들도 있지만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악영향을 준 아쉬운 케이스들도 다룬다. 올해는 평판과 리스크 관리에서 취약점을 드러낸 일부 기업들이 케이스에 포함됐다.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계기로 불매 운동까지 벌어진 SPC, 플랫폼 독점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카카오 먹통 사태, 700억 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 등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평판은 단 하나의 사건으로 형성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SPC는 이번 사망 사고 전에도 여러 번 기업 평판에 악영향을 끼친 사건들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가맹점을 압박하고 원재료 시장을 봉쇄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SPC는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과징금 647억 원을 부과받았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걸리지만 그것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올 10월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던 카카오는 이 사건으로 ‘돈만 밝히는’ 이미지로 전락했다. 모바일 전환 생태계의 최대 수혜자로 지난 10년간 고속 성장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기본인 서비스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고객들을 실망시켰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3 세계 대전망’에서 “지정학과 경제 환경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던 시기는 팬데믹을 기점으로 막을 내렸다”며 “오늘날 세계는 강대국 경쟁과 팬데믹의 여진, 경제 대변동, 기상 이변,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동요하고 있어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분석하면서 ‘예측 불가능성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인 시대’라고 정의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기업에 수반되는 리스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이 실시간으로 주주와 투자자는 물론이고 고객과 대중에게도 빠르게 전파된다.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제품 개발 못지않게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넷포지티브’의 저자인 앤드루 윈스턴 작가는 “젊은 세대 소비자들은 양극화와 같은 사회 문제에 분노하며 이를 해결해 주는 기업이나 인물을 지지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오너뿐만 아니라 실무를 맡고 있는 중간관리자 모두가 자신이 영위하는 비즈니스 활동이 세상에 줄 수 있는 효과와 충격에 책임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단 젊은 세대 소비자들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소비자들은 환경, 인권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켜야 할 가치에 관심이 많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더러운 기술(dirty tech)’로 만들어졌거나 비윤리적인 기업에서 만든 제품은 피하고 싶어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가치에 관심을 두고 노력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에서도 고객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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