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사 늘렸더니… 리콜 더 빨리 더 많이 조치” [고객만족 품질관리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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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 유럽연합 등 선진국 정부는 상장 기업의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특정 비율 이상 포함시킬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한국 또한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에 남성과 여성을 모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최소 1명 이상의 여성이 포함돼야 한다. 이 같은 이사회 성별 구성의 변화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을까?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여성의 이사회 참여가 제품 품질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의료 산업에서 여성 이사가 제품 리콜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리콜은 심각성에 따라 1등급, 2등급, 3등급 등 세 가지 등급으로 분류된다. 1등급은 소비자의 생명을 위협할 심각한 우려가 있는 수준으로 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반드시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 2등급은 건강상에 일시적이거나 가역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수준이다. 3등급은 주로 제품의 레이블이나 포장에 사소한 실수가 있는 경우로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기에 기업의 재량에 따라 리콜 여부가 결정된다. 본 연구는 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가 추가됐을 때 기업이 재정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1등급 리콜을 더 신속하게 처리하는지, 또 3등급 리콜을 시행하는 경우가 더 늘어나는지를 분석했다. 2002년부터 2013년까지 의료 제품을 제조하는 92개 상장 기업과 그곳에서 발생한 4271건의 리콜 내역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결과 기업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가 늘어나는 것이 리콜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이사회에 여성이 추가될수록 소비자에게 심각한 해를 입히는 1등급 리콜이 더 신속하게 처리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여성 이사가 남성 이사보다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이사회에 적어도 2명 이상, 즉 복수의 여성 이사가 있을 경우에만 1등급 리콜이 더욱 신속하게 이뤄졌다.
또한 여성 이사가 추가된 기업은 위험도가 경미한 3등급 리콜을 더 많이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여성 이사가 남성 이사보다 규칙을 더 준수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업의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여성 이사의 존재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 같은 사회적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성 이사 혼자서는 이사회를 설득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현실도 드러났다. 따라서 기업은 이사회 성별 다양성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여성 이사의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강세원 서강대 경영대학 조교수 sekang@sogang.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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