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서 바라는 Z세대 인재상, ‘책임의식’ 가진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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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의 팀장 A 씨는 몇 주 전부터 임원 보고에 부하 직원들과 함께 들어가고 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실수가 잦았는데 그것을 몇 번 바로잡아 주던 과정에서 선택한 해결 방안이다. A 씨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로 임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보고 책임감을 가지게 되면 실수가 줄고 업무 완성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내부에선 직원들의 책임의식이 줄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0년 진행한 기업 392곳 대상 조사에서 41.6%의 기업이 “Z세대 신입사원이 이전 세대 신입보다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답한 바 있다.
대기업 팀장 B 씨는 “임원들은 젊은 직원들이 지시한 것 이상은 안 한다고 생각하고, 젊은 직원들은 임원의 이 같은 생각이 급여 이상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여기면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고 말했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 것도 기업이 책임의식을 가진 직원을 선호하게 만드는 배경 중 하나다. 한 대기업 인사팀 직원은 채용 과정에서 어떤 면을 가장 중요하게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 회사에 얼마나 오래 다닐 건지 가장 잘 드러나는 항목인 ‘지원동기’”라고 답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회와 비용을 투자해 기른 인재를 다른 기업에 뺏기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보가 지난해 10월 2040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서 응답자 59.6%가 ‘회사의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 이직 또는 퇴사를 고민하거나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30대는 같은 답변의 비율이 61.4%나 됐다. 휴넷이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8%는 3년 내 이직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기업들 중 ‘전문성’을 인재상에 명시한 곳은 대폭 줄어들었다. 올해 조사에서 인재상에 전문성은 45%로 6순위에 그쳤다. 전문성은 2008년 2위, 2013년 3위, 2018년 2위 등 3위권 밖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이는 채용 방식이 달라지며 전문성에 대한 기대가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이 대규모 정기 공개채용에서 직무중심 채용, 수시 채용으로 채용 방식을 바꾸면서 대졸 취업자의 직무 관련 경험과 지식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인재상으로 전문성을 강조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5년 사이 인재상에서 전문성을 뺀 기업 관계자는 “전문성은 기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바라는 인재상에도 차이를 보였다. 공급망 재편,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제조업의 경우 도전정신을 책임의식보다 강조했다. 현장 안전을 위한 다양한 관계자 간의 소통이 필요한 건설업은 소통·협력, 도전정신, 원칙·신뢰 등의 인재상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횡령·비리사건 등에 민감한 금융·보험업의 경우 원칙·신뢰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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