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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가격이 아니라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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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64회 작성일 23-06-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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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 2부에서 가장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극 중 사라가 담배를 피우고 난 뒤 냄새를 없애려고 온몸에 페브리즈를 뿌려대자 옆에 있던 연진이가 "돈도 많은 애가, 향수 뿌려"라고 말한다. 사라는 답한다. "상품은 프라이스(가격)가 아니라, 퀄리티." 소비재 기업을 취재하는 필자 눈을 번쩍이게 하는 멘트이자 어쩌면 소비의 본질을 꿰뚫는 한 문장이었다.

최근 패션, 식품, 전자 등 각 카테고리를 막론하고 유통 기업들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더 이상 브랜드는 상관없이, 상품의 질만 좋다면 PB 상품을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많다. 대부분의 PB 상품은 동일한 일반제조브랜드(NB)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데, 상품의 질은 비슷하거나 더 낫다면 당연히 PB 상품을 살 수밖에 없다.

미국 온라인 쇼핑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마존의 의류 PB 브랜드인 '아마존 에센셜'이 대표적인 예다. 아마존에서 아디다스와 나이키, 캘빈클라인 등 브랜드 상품보다 에센셜 상품이 더 잘 팔린다. 특히 속옷이나 스포츠웨어 판매 비중이 높다. 옷 안에 입어 보이지 않는 속옷이나, 땀 흘리고 바로바로 갈아입어야 할 스포츠웨어는 굳이 비싼 브랜드 상품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PB 상품 판매를 늘리는 것은 소비자에게도 이익이지만, 공급자에게도 좋은 전략이다. 판매 채널로서만 역할을 하던 유통 기업이 상품을 독자 기획해 직접 판매하면서, 별도로 제조업체에 마진을 떼어줄 필요가 없어졌다. 직접 만든 상품이라 가격 조절이 가능해지니 고물가에는 상품 가격을 내려 소비자의 부담을 줄인다.

요즘 1020세대는 상품이든 서비스든 쉽게 질려한다. 싫증나면 대체할 그만큼의 상품과 서비스가 도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PB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상품의 기획부터 출시까지 시간이 짧아 트렌드를 쫗기도 쉽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 매년 100~200개 상품은 없애고, 다시 새 상품으로 채우는 게 예다. 명품 불패의 신화가 여전한 유통가에 과연 PB 불패의 신화도 안착할 수 있게 될까.

[매일경제 홍성용 기자  컨슈머마켓부 hsyg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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